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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병원비 710만원 갚아
- 작성자 : 홍보과
- 조회수 : 4,639
- 06-30
35년 전 병원비 710만원 갚아
35년 전의 치료비를 갚겠다는 전화가 예수병원에 걸려왔다. 서울에 사는 강○○씨(63세)는 1982년에 예수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남편(진○○, 66세)의 치료비 710만원을 6월 30일에 예수병원 계좌로 송금했다.
강씨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그때 일이 지금도 사진처럼 선명하다. 그녀의 나이 28세, 결혼하고 갓 1년이 지난 새댁은 4월 어느 날 아침에 날벼락 같은 남편의 교통사고 연락을 받았다. 남편이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가 마주오던 8톤 덤프와 정면충돌을 한 것이다. 끔찍한 사고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동승자들을 병원으로 싣고 갔지만 강씨 남편은 사망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 그냥 두었다. 그 때 마침 지나가던 한 군인이 남편의 손가락 꼼지락거리는 것을 우연히 보았고 그를 차에 실어 예수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남편은 수차례의 수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투병을 했다.
당시 강씨 부부는 전주 태평동에서 채소가게를 하다가 실패해 좌절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녀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젖먹이를 등에 업고 사경을 헤매는 남편의 간병을 시작했다. 길고 힘든 3개월여의 투병 끝에 남편은 목숨을 다시 찾았고 그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가 남았다. 예수병원 설대위 병원장은 이 부부의 사정을 듣고 입원비를 감해 주어 780만원 중에서 70만원만 냈다. 그녀는 남편을 퇴원시키면서 이 고마움을 마음에 담았다. 남편은 그 후 사고 후유증으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강씨가 미싱을 장만해 바느질로 살림을 꾸려 나갔고 서울로 이사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녀들을 키웠다. 몇 년 전에 간병사 일을 하다가 팔을 다쳐 이마저도 그만 두었다.
3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이제 그때 사연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 ‘마음에 빚’ 하나가 있었다. 다니는 교회 목사를 찾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전주 예수병원 이야기를 털어 놨다. 목사님은 “그 돈을 현재로 치면 아마 8천만원이 넘겠지만... 원금이라도 갚는 게 좋겠습니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 그녀의 가슴에 시원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오래 된 남편의 병원비를 지불했다. 강씨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고 했다. 강씨 부부의 두 자녀는 잘 자라서 교수와 회계사가 됐고 최근에 둘 다 결혼을 했다.
(참고 : 강○○, 진○○씨 부부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진씨를 구해준 군인(육군 제1697부대 정훈참모부 김○○ 상사, 전화 5-5935)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