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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약속, 70년전 수술비 갚아

  • 작성자 : 홍보실
  • 조회수 : 4,510
  • 01-25




 



아버지와 약속, 70년전 수술비 갚아


 


70년 전에 수술을 받은 아버지와 약속을 지킨 양치곤씨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양치곤씨(70세, 김제)는 1월 25일에 큰 딸과 함께 예수병원 병원장실로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양씨는 1969년에 아버지가 운명 직전에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잘못 없이 살았는데 단 하나, 예수병원에 큰 죄를 지었다.”


양씨의 부친인 양대식씨는 금산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인품의 선비였다. 큰 부족함 없던 가족에게 1940년에 아버지가 전 재산을 사기 당하는 불행이 찾아왔고 살 길이 막막해지자 평생을 글 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탄광 일을 하러 나섰다. 탄광 감독에게 며칠을 사정해서 일자리는 구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하는 노동이 만만치 않았다. 이틀째 되는 날, 큰 돌을 담은 대나무 질통을 메고 사다리를 오르다가 떨어져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급히 예수병원으로 실려와 봉합수술은 잘 끝났지만 치료비가 없던 그는 퇴원을 미루며 고민을 했다. 그 착하신 아버지가 결국 야반도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사정과 용서를 바라는 편지를 침대위에 베개로 눌러 놓고 몰래 병실을 빠져나와 모악산 고개를 넘는 수십리 밤길을 걸어서 도망을 쳤다. 그는 당장이라도 경찰이나 병원직원이 쫒아 올 것 같아 가슴을 졸였다. 아버지는 단돈 한 푼이 없었고 집에는 굶주림에 지친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가실 때에야 아들에게 부끄러운 과거를 눈물로 털어놨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제가 꼭 갚겠습니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41년이 흘렀다.


“독촉 받는 빚이 아니라는 핑계로... 너무 죄송합니다.” 양씨는 예수병원 김민철 병원장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지금도 형편이 어렵지만 제 부친의 남긴 말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동행한 딸은 “며칠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자녀들이 좀 더 큰돈을 모아서 전하자고 했지만 아버지는 이건 내 몫이다고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민철 병원장은 “그 시절에는 그런 분이 많았지요. 병원에서는 그냥 모른 척 하고 넘어갔습니다. 70년 전 일을 잊지 않으셨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제 마음까지 훈훈하고 예수병원에 큰 격려가 됩니다.”며 감사의 뜻으로 양치곤씨 부부에게 무료 종합건강검진을 해 주기로 했다.


 


1940년대 일제하의 국민들은 극도의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을 받았고 결핵, 한센병, 각종 전염병이 만연했다. 예수병원은 당시 국가가 하지 못했던 공익적 의미가 큰 의료와 봉사로 주민들을 돌보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며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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