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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안 보이는 신경계질환

  • 작성자 : 오병철
  • 조회수 : 3,315
  • 05-25

사진(?)에 안 보이는 신경계질환

신경과 오병철 과장

사진(?)에 안 보이는 신경계질환

환자를 보다보면 손이 저리다, 감각이 이상하다, 또는 어지럽다는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을 진찰하다보면 난감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대부분 소위 컴퓨터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해도 증상을 설명할만한 병변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두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세계두통학회에서 두통의 종류를 재분류하였는데, 90%는 소위 사진을 찍어서 병변이 발견이 되지 않는 질환들이다. 어지러움증이나 손저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어떻게 환자를 진단할 것인가?

신경과의사들은 일단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고, 진찰을 해봐서 마음속으로 진단을 잠정적으로 내려놓고, 급한(?) 질환의 경우 응급처치 정도하고 경과를 본다. 그러면서 이차적인 검사에 들어가는데, 즉 진단에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진단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검사를 실시한다. 이중에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전기진단검사(electrophysiologic study)이다. 전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시무시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경과의사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검사이다. 마치 내과의사에게 심전도나 심초음파 혹은 내시경검사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전기진단 검사는 어떤 것들이 있고 무엇을 검사하는가?

첫째 말초신경 및 근육질환이다. 이 조직들은 소위 CT나 MRI상 잘 보이지 않는다. 조직검사도 쉽지 않다. 따라서 손저림이나 사지 근무력감등을 진단하는데 거의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시신경이나 청신경의 기능 평가에 이용된다. 사람도 외모와 성품이 일치하지 않듯이 시신경이나 청신경과 마찬가지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안구운동이나 손 떨림 같은 뇌가능이상도 검사할 수 있다. 손떨림의 경우도 CT나 MRI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손떨림의 양상을 분석하여 분류하여, 이를 바탕으로 뇌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 초래되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다. 또, 안구운동이상을 분석하여 어지러움증 ( 어지럼증의 경우 안구 떨림이나 안구운동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음)의 원인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전기진단 검사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진단수단이지 확진을 하는 검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과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고 이것만 잘하여도 불필요한 검사를 방지할 수 있다.

향후 더욱 의학이 발달하면 사진(?)에 안 보이는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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