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정보

근육 떨림 - 루게릭 병이 아닐까?

  • 작성자 : 오병철
  • 조회수 : 27,105
  • 01-09

근육 떨림 - 루게릭 병이 아닐까?

신경과 오병철 과장


최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TV나 영화 등에서 희귀병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자신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혹시 불치병 혹은 희귀병이 아닌가하고 염려를 하게 된다.

외래진료를 하다보면 한달에 몇 명씩은 근육경련이 잘 안 없어진다고 해서 내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인터넷 또는 주변 사람들 말을 듣고 혹시 루게릭병이 아닌가하고 확인 차 오시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부분은 루게릭병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루게릭 병은 어떤 병인가? 루게릭병은 일종의 운동신경원질환이다. 다시 운동신경원 질환이란 척수, 뇌간, 뇌피질의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이 퇴화하는, 즉 유독 운동신경만 빨리 늙어버리는 질환이다. 따라서 이 신경들이 지배하는 근육이 점차 마르고 힘이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 운동신경원 질환은 증상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에 가장 흔하고 증상이 심한 것이 루게릭 병, 즉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약자로 ALS라고 한다. 외국의 경우 10만명 당 한 두 명 정도로 아주 흔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40대 혹은 50대에서 나타나고 남자에 많고, 한번 발생하면 이르면 3년에서 5년 사이에 사망하게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원인은 아직 잘 모르나, 체내에 Cu-Zn superoxide dismutase라는 효소를 발현시키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그 결과 과도하게 free radical이라는 독성물질이 만들어져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추정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에 도시공해가 이에 한 주범은 아닌가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한번 진단받으면 치료약이 없는 고약한(?) 병이다. 증상은 처음에는 몸 여기저기에서 살이 떨리고, 이유없이(?) 살이 마르고 걸음이 잘 안 걸어지고 사래가 잘 들리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누구나 한 두 번씩은 경험하는 근육 떨림이 모두 ALS로 진행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위 근경련(muscle cramp)는 원인이 매우 많은데, 탈수, 임신, 갑상선질환, 말초신경병, 투석환자, 주기성 마비, 척추질환 등이 있고,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양성속상수축이라고 해서 피곤하거나 급격한 운동 후에 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몇 일 쉬면서 충분한 수분 및 영양섭취만으로도 증상이 사라진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옛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설령 ALS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진단을 조급히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혹 다른 병이 있는지 정도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서 확인해보고, ALS가능성이 적다면 증상을 무시하고(쉽지 않겠지만)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