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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심리극

  • 작성자 : 김태형
  • 조회수 : 3,627
  • 12-08

예수병원 신경정신과 김태형 과장

예수병원 신경정신과 김태형 과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와 심리극(Psychodrama)


마음속에 만성적으로 기억되는

언제가 소방서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강의를 하고 난 후 소방사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수많은 교통사고와 응급 사건 사고들을 목격하고 구조했던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드는 생각은 이 분들도 나와 동일한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 갈텐데 어떻게 이 많은 아픔들을 목격하면서 살아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을 통해서 수많은 성폭행과 신체적 폭행 속에  병원에 오게 된 아동들, 그리고 젊을 때 교통사고로 남편과 갑자기 사별한 사람들의 아픔들도 주변에 많이 있다. 이처럼 삶을 살아 가면서 경험 하는 많은 아픔들 중 극심한 정신적 충격 후 나타 나는 심리적 질병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이 되지만, 극심한 정신적 충격 즉 트라우마(trauma)는 시간이 지나도 잘 회복이 되질 않고 우리 마음속에 만성적으로 기억되어 남아 있게 된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으로는 교통사고나 자연 재해, 전쟁이나 테러, 강간이나 폭행, 그리고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이러한 병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이 직접 경험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건들을 목격한 후에도 나타 날 수 있으며 바로 나타나지 않고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한 달 이상 지속된 불안 장애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살면서 죽을 때 까지 3-4회 정도의 이러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하며, 보통 그 트라우마를 경험한 직후는 해리증상을 많이 경험한다. 너무나 큰 충격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기억을 못할 수도 있다. 수일이 지나면서 비로소 트라우마가 생각나 극심한 불안과 과각성 상태, 트라우마가 다시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과 그 트라우마를 연상 시키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 사람을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 증세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밤에 악몽과 불면, 극도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어 술을 과하게 먹게 되고 자살 사고까지 이어 질 수 있는데 이렇게 정신적 충격을 받은 후 한 달 이상 지속된 불안 장애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트라우마를 받은 후 뇌 안쪽 변연계 중 아미그달라(Amygdala)와 해마(hippocampus)라는 뇌의 부위에 트라우마에 대한 모든 감각적, 인지적 정보를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자극이 오거나 트라우마에 대한 생각을 떠오르게 되면 대뇌 전두 피질과 자율 신경계, 내분비계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트라우마로 인한 충격과 불안 신호를 보내는데 우리 몸이 트라우마로 인해서 반응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몸을 통해서 트라우마 후유증을 발현하며 상담이나 정신 치료, 약물을 통해서 불안 증상을 조절 하게 된다.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치료 도구

심리극은 치료 현장에서 다른 집단원들과 다시 한 번 트라우마 상황을 똑같이 재연해서 당시 너무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워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표현하는 치료 도구이며 치료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심리극은 1900년 대 중반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극배우들이 연극을 통해서 어떤 역할을 맡다가 자신의 내면의 아픔들이 치유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  Moreno라는 정신과 의사에 만들어졌다.  심리극은 우리  마음 안에 갇혀져 있는 삶의 상처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표현하고 자신이 원하고 추구하는 삶으로 극을 진행함으로써 트라우마에 의해 망각된 자신, 그리고 트라우마에 의한 감정에 압도되어 짓눌린 자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삶의 힘을 다시 얻게 되고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극이 진행되면서 많은 카타르시스와 감정을 서로 느껴

자신의 얘기가 극을 통해서 진행된다는 것이 창피스러워서 누가 선뜻 나서서 하겠느냐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런 극이 재연되었을때 주인공만의 아픔들이 아니고 바로 내 자신의 아픔들이고 우리 가족의 상처이기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서 많은 카타르시스와 감정들을 서로 느끼게 된다. 극 안의 주인공만이 주인공이 아니고 그 심리극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통해서 우리는 삶의 아픔을 경험할 뿐 아니라 타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 성장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용납하고 허용함으로써 좀더 부유하고 넉넉한 내 자신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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