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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이첵"에 대한 신경과의사의 소견

  • 작성자 : 홍보팀
  • 조회수 : 3,545
  • 03-05

영화

신경과 오병철 과장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중에 기억에 남았던 영화가 있다. 페이첵이란 영화인데,영화의 내용은 분해공학자인 마이클(벤 에플릭)이 거액의 보수를 받는 대가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지난 3년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일을 완수하지만 거액대신 그를 제거하려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를 피해 다니면서 지난 기억을 19개의 물건들을 이용해 찾아내고, 이를 레이첼(우마 써먼)이 돕는다. 결국 자신을 이용해 미래의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들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이 과정을 보면 기억의 일부분을 찾아내 선택적으로 지워버리는 내용이 나온다. 방법은 어떤 장비(?)를 이용해 머리에 대고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에 빛이 들어가 해당 세포를 마비시킨다. 수 분 이내에 타인에 의해 기억이 지워졌다는 사실자체까지도 잊어버린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일일까? 우선 기억의 과정을 보면 외부의 자극이 시각적이든 청각적이든 뇌에 들어오면 temporary working memory라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측두엽으로 일시 저장된다. 이중에 일부는 long term memory(즉, 장기 보존을 위해)로 가기 위해 뇌의 여러 곳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이 장기기억(long term memory)은 1992년 Squire에 의해 제안된 바와 같이 declarative memory와 nondeclarative memory로 나누어지는데 의식이 관여하는지 안 하는 지에 따라 분류된다. 이 declarative memory는 다시 episodic memory와 semantic memory로 나누어지고, 이 episodic memory는 다시 long term working memory, prospective memory등으로 구성된다. Nondeclarative memory도 다시 습관이나 priming같은 것을 포함하게 된다. Working memory하나만 봐도 visuospatial sketch-pad와 phonological loop, 그리고 이를 조정하는 central executive로 돼있고, 이들은 뇌의 여러 곳 (주로 전두부)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저장된다.
이것만 봐도 어마어마한 작업들(?)이다. 뇌로써는 순간순간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분류하고 버릴 것 버리고, 저장할 것들은 용도에 따라 여러 장소에 넣어야 한다. 그럼 영화에서처럼 단 몇 분만에 해당 부위를 찾아내 그 것도 일정 시간을 집어내 선택적으로 지운 작업이 가능할까? 결론은 예상한 봐와 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현재 완전하지는 않아도 functional MRI를 통해 약간은 기억을 담당하는 그것도 언어기억이냐 시각기억이냐 정도 까지는 지도화(mapping)할 수 있다. 물론 찍는 순간의 상황에 따라 영역이 달라지겠지만, 어느 정도는 기억의 영역을 찾아낸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어느 시간에 해당하는 episodic memory만 지운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특수한 tracer를 개발하거나 전기생리학적(electrophysiologic) 기술을 이용하여 발전시킨다면,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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